2023. 3. 26. 10:47ㆍ자작글/산문
토요일이다.
36번 지방도로 연결되어 있는 곡교천 뚝방길에는 오늘도 벌거벗은 나목들이 아직도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우중충하게 서있었다. 이제 봄의 입김으로 하여 겨우내 나의 가슴을 시리게 했었던 검은빛깔의 나무가지들이 초록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나는 음지식물과에 속하는 종족이라서 밝음을 별로 선호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 편인데,,, 때론,,,그 연초록의 그 희망스런 빛깔속에서 춤추는 나비가 되고 싶을때도 있다.
그날이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원초의 자유남자가 되어 토요일의 여유를 맘껏 즐기고 싶기도 하다.
내가 만들어낸 규칙이지만,,,,우리 회사는 토요일은 완전 자유복장이다. 나는 오늘 일주일 내내 내 목을 조르던 넥타이를 벗어 던지고 찢어진 청바지와 쎄무반장화 그리고 검정색 자켓을 걸쳐입고 회사에 나왔다.
화장실 거울에 나의 모습을 비쳐보니,,,이건,,,,완전 날라리 도시아저씨이다. 그렇게 나이에 맞지 않는 모습으로 출근하고 있는 나를 안경 넘어로 맥없이 바라다 보고 있던 경리부장 김연옥씨가 나에게 한마디 애교섞인 태클을 걸어온다.
'본부장님,,,오늘,,,정말,,,멋있습니다,,,데이트 있으신가 보지요,,,?"
'데이트,,,데이트라,,,내가 그리 좋아보이나,,,'
'네,,,,'
솔직히 사람들과 거의 연락을 끊고 살고 있는 나로써는 데이트는 커녕 가까운 지인들과 술약속조차도 없다. 누구를 만나고 싶어서 오늘의 컨셉을 날라리로 변신 한게 아니라 그저 봄바람에 마음이 싱숭생숭해 지기에,,,나는 그냥 나비처럼,,,원초의 자유남자가 되고 싶을 뿐이라서 그런건데,,,
'어이,,김연옥부장,,,오늘은,,,,잘못 짚었어,,,나는,,, 그냥,,,오늘은 토요일이구,,,그래서,,,단지,,,나비처럼 날아다니는,,,,자유남자가 되고 싶었을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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