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진정한 사랑

2023. 3. 31. 05:41자작글/산문

 

"제발 가주시겠어요,,,!!!"

 

마지막 황세손 이구씨의 전부인인 82세의 줄리아여사가 영결식장 근처에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길을 지켜보다가 이를 알아보고 인터뷰를 요청한 취재기자에게 던진 마지막 말이라고 합니다.비운의 황세손비로 불리우는 줄리아여사는 1958년 고인이 미국생활 시절에 건축사무실에서 만나 결혼을 하였으나 후손을 잇지 못해 종진회의 압력으로 1982년 이혼을 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뇌졸중 후유증과 관절염을 앓고 있는 불편한 몸을 보행보조기겸 의자에 의지하고 앉아 그것도 노제를 지내고 있는 인파를 피하여 반대편 도로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전남편 이구씨의 마지막 가는길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그들의 사랑에 대하여 알려진 바가 없기에 서로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남편의 마지막 가는길을 보기 위하여 그 먼곳으로부터 날아온 그녀를 보아서는 분명 고인과 그녀는 아주 많이 사랑했던 사이였을 꺼라는 짐작을 해볼 따름입니다.

 

어찌되었건 한때 사랑했던 남편의 마지막 길인 노제를 바라다 보는 심정은 참으로 기가 막혔을 것입니다. 또한 그 분이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였기에 이혼한 후에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그렇게 마지막 가는길에 참석할 수 있었을 꺼라고 봅니다.한국의 정서는 이혼을 하는 순간부터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또는 만나서도 안되는 철천지 원수보다도 더한 영원한 타인이 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렇기에 마리아여사 같은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한국인들 만큼 핏줄과 사람에 대한 소유권에 대하여 명확한 나라는 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하여 나를 떠난 사람들과 그런 관계를 갖는다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것은 한국식 자존심으로는 불가능한 행동일 것입니다.아무튼 팔순의 파란눈을 가진 할머니께서 한때 사랑했던 고인의 노제를 바라다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나는 메스컴에서 그 기가 막힌 광경을 바라다 보면서 마음이 저려오는 것을 감출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또한 그들과 같은 입장에 있었기에 마음이 더 아펐는지도 모를 일입니다.먼훗날 내가 천명을 다하고 이세상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간다면 과연 나를 사랑했던 사람도 줄리아여사처럼 내 마지막 가는길을 지켜봐 줄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어떤 연유로 그리되어 미완으로 그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인종을 국가를 뛰어넘은 그들의 깊고 끝없는 사랑에 작은 갈채를 보내봅니다. 기가 막히긴 하나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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