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호법정 / 김재곤
2023. 3. 5. 05:53ㆍ자작글/자작시
205호법정 / 김재곤
서부지원 2층 안쪽으로 깊숙한 곳
협의이혼205호 법정 대기실에
벌레씹은 남녀가 떨어져 앉아 있다
시선이 심장에 꽃히는지
고개를 아래로 쳐박고 앉아 있다
이름을 호명을 하자 법정으로 들어선다
안경쓴 젊은 여성판사가
서류와 남녀를 번갈아 쳐다보곤
무표정으로 안경을 코 등으로 올리며 질문한다
두 분은 협의로 하여 이혼하는거 맞나요?
네
이혼에 강압이나 협박은 없었나요?
네
이로써 두분의 협의이혼을 판결합니다.
짧고 명확한 판결에 긴장했던 남녀가
얼떨결에 확인서 한장씩 받아 손에 들고
법정문을 나서며 썩소를 흘린다.
수 없는 시간을 피 터지게 전쟁을 하다
얻어낸 마지막 장이
이토록 허망하고 쉼게 끝날수도 있다는 사실에
기가막히는지 다리까지 휘청거린다
서류 몇장과 이십년 세월을
엿을 바꿔먹듯 순식간에 바꿔먹은 남녀가
각기 다른 문을 통하여 법원을 나선다
비가 내리자
여자가 작은 우산을 펼치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다
비오는 하늘을 맥없이 쳐다보던 남자가 투덜거린다
"쓰벌~, 비는 왜 내리고 지랄하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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