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희망

2023. 3. 12. 14:12자작글/산문

 

그리이스 신화에 의하면 거인족인 프로메테우스는 신들만이 사용할수 있는 불을 제우스의 비밀 불수레 에서 훔쳐 인간에게 선물하였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제우스는 여러 신들에게 흙으로 온갖 능력을 지닌 최초의 여자를 만들게 한다. 그여자의 이름이 바로 판도라다. 그래서일까 판도라는 그리스어로 '모든(pan) 선물, 재주(dora)'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제우스는 이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선물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주는 판도라를 절대 받아서는 안된다고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충고하지만 에피메테우스는 형의 말을 무시하고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하고 만다. 그리고 판도라는 제우스에게 상자 하나를 선물 받는다.

 

어느날 판도라는 제우스가 준 상자가 생각났고, 호기심에 상자를 열면 안된다는 제우스의 경고를 무시한 채 뚜껑을 열어보게 된다. 그 순간 상자 속에서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이 쏟아져 나왔다. 깜짝 놀란 판도라는 황급하게 상자 뚜껑을 닫았고 다행히 상자속에는 '희망'이라는 것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신화속의 이야기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우리에게 희망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말을 하지 않아도 결과를 짐작할수 있는 일이기에 솔직히 생각조차 하고 싶지도 않다

 

희망이라는 말은 그렇게 그리이스신화속 판도라의 상자에서부터 시작하였다. 비록 판도라의 호기심때문에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 같은 나쁜 환경속에 살게 되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쓰러지지 않고 견디어내며 살아남을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판도라가 상자의 뚜껑을 덮었기 때문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그래서 나는 판도라를 미워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상자는 신화속의 판도라만 가지고 있었던게 아니라 우리들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우리들의 마음깊이 숨겨져 있는 상자속에는 행해서는 안될 혹은 발설해서는 안될 많은 상황들이 들어있는 것 같다. 판도라의 상자에 관한 신화를 통해 혹은 사회 통념상으로 마음안에 가지고 있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 순간적인 감정조절의 실패로 발설해서는 안될 일들 혹은 행동으로 옮겨서는 안될 일들이 상자밖으로 튀어나오게 하여 본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더나아가 극단적인 비극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꿈과 희망은 같은 것 같지만 그 뜻은 조금 다르다. 꿈은 이루워지지 않을 것을 포함한 비현실적인 바람이고 희망은 이루워질수 있는 확률이 꿈보다는 많은 현실적인 바람을 의미한다, 희망이란 미래지향적인 말이긴 하지만 사실은 현실에 근거를 두어야 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미래에 의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그것은 판도라의 상자속에 남아있던 희망과는 전혀 다른 이루워지지 못할 망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희망은 판도라의 호기심에 의해 병도 주고 약도 준 그런 양면성의 상황에서 만들어진 애매한 유품이긴하지만 나는 오늘도 희망이라는 이름을 걸고 고달픈 삶을 차곡 차곡 채워가고 있는 중에 있다. 희망은 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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