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2. 20:49ㆍ자작글/산문
욕설 (辱說)의 카타르씨스(Catharsis)라는 말이 있다. 카타르시스 (Catharsis) 라 함은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나 상처를 언어나 행동을 통해 외부로 드러냄으로써 강박 관념을 없애고 정신의 안정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깨끗하지는 않지만 밖으로 쏟아내면서 쾌감이 느껴지는 배변처럼 깨끗하지 못한 언어를 밖으로 내뱉으면서 자신을 안정시키는 어찌보면 이기적이기도 한 정신적 치료제인 것 같다. 욕설(辱說)이란 상대에게 커다란 분노와 상처를 주는 행위이므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될 나쁜 언어지만 항간에 욕쟁이 할머니의 욕설이 미화되는 것을 보면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다.
辱說某書堂 욕설모서당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계시는 분들은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들은 모두 열 명도 (채 )못 되고
선생은 손님이 왔는데도 나와서 뵙지도 않네
뜻은 전혀 다르지만 소리내어 읽기에 난감한 이 시는 방랑시인 감삿갓이 쓴 시라고 한다. 방랑 생활을 하던 중 어느날 밤이 늦어 어느 서당에 찾아가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을 했으나 서당 훈장은 김삿갓을 미친개로 취급하곤 쫓아내고 말았다고 한다. 이런 냉대에 화가 몹씨 난 김사삿이 서당훈장에게 그 시를 써서 주었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막히게 통쾌한 '카타르시스'의 대표적 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그처럼 김삿갓은 욕설의 카타르시스를 너무나 잘 활용했고 더나아가 욕설을 시로 승화시킨 시인이였다고 한다.
최근에 모 진보단체에서 김삿갓을 흉내내며 씨바니 가카새끼 같은 걸죽한 욕설로써 진보세력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김삿갓의 욕설시와 차원이 다른 그들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욕설의 카타르시스엔 솔직히 찬성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듯 우리들은 본의 아니게 혹은 고의적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주먹다짐전에 많은 욕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더우기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나에겐 욕은 일상의 한부분의 언어로 굳혀져 있기도 하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 4학년때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아이들의 대화중 욕설이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막히고 코가 막히기 까지 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필자 또한 직접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깜짝 놀란적이 있었는데 어른인 내가 듣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너무도 자연스럽고 편하게 욕설대화를 주고 받는 것이였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야 욕을 하게 된다는 나의 생각이 시대에 많이 떨어지고 있구나 라는 사실도 그때 알게되었다.
더더욱 신기한것은 대부분의 심한 욕설에는 욕설 앞에 개자가 붙어있다는 사실이다. 애완견을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이 시대에 왜 아무런 죄도 없는 개를 끌어들어 인간의 가장 더러운 언어앞에 붙혀 사용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서두에 말한것 처럼 욕설을 내뱉은 입장에서는 욕을 내뱉으므로써 자신의 스트레스를 카타르씨스로 하여 풀수는 있었겠지만, 욕을 듣는 이의 입장에선 그 의미가 더 크게 확대 해석되기도 하여 무심코 내뱉은 사소한 욕설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등 돌이킬수 없는 불행한 상황을 만들어 왔음은 속일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욕설의 카타르시스니 욕설의 미학이니 떠들어 대며 욕설을 미화시키는 정치인, 더우기 학자들도 있지만 우리들은 그들의 주관적인 사고와 주장에 절대 휘말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욕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미화되거나 박수를 받아서는 안된다. 김삿갓의 욕설시를 외워보는 것으로 나의 카타르시스를 해소해 본다.
辱說某書堂 욕설모서당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