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31. 05:49ㆍ자작글/산문
세상가득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몰려왔다. 안개는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지만 세상으로 부터 나를 감출수 있다는 생각에 왠지 침대위 이불속에 들어가있는 듯한 안도감이 들기도 하는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감성이 여린 음지식물과인 종족들에겐 적당한 습기를 제공해 주기도 하는,,,,그래서일까 어린시절부터 안개를 참 좋아했던거 같다,
그런 안개는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든 같지만 서로 다른 풍경으로 나에게 다가오곤 했다, 젊음을 저당잡히고 청춘이 유린당하던 군대시절 야간 작전을 수행하다 우연히 만난 호반의 도시 춘천 공지천의 새벽안개는 또 얼마나 마음을 흔들어 대던지,,,네덜란드의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에 머물던 시절 중앙역 앞 빅토리아 호텔을 감싸고 몰려오던 밤안개는 또 얼마나 쓸쓸하게 만들던지,,,유럽이란 곳을 알게 해준 벨기에 부뤼쉘의 텅빈 새벽을 가득 채웠던 푸른안개는 얼마나 나를 들뜨게 했는지,,,그렇게 서로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안개는 내 여린 감성을 참 많이도 흔들어 댔던거 같다.
안개는 나뿐만 아니라 이땅에 살았던 작곡가,작사가,시인,작가 그리고 영화감독 같은 많은 예술가들의 심성을 자극하여 불후의 명작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그런 멋진 작품을 만들게 했던 모티브를 심어주기도 했다. 많은 작품속에서 안개는 작품의 내용에 따라 적절하게 깔려있었으며 특히 카사블랑카라는 주옥같은 영화에서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모르는 사람들처럼 스치듯 이별을 하던 공항 활주로에서도 짙은 안개가 바탕에 깔려있었고, 어둠속에 벨이 울릴때 라는 영화에서도 안개(misty)라는 음악과 함께 어느 스토커여인의 소름이 돋을만큼의 무서운 사랑의 집착이 돌이킬수 없는 비극을 만들어 낼때도 안개가 배경이 되기도 했다.
어디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던 안개가 영화속에서만 존재했겠는가,,,,폐결핵이라는 병마로 젊은나이에 요절한 배호라는 가수는 '안개낀 장춘단공원'이란 노래를 부르다 세상을 떠났고 제 1회 동경가요제에서 입상까지 한 정훈희의 '안개'라는 노래는 안개처럼 70년대를 가득 채우며 불려지기도 했다. 그밖에 안개의 사촌뻘이되는 1987년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석미경의 '물안개',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속의 하얗게 내렸다는 안개비도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런 안개가 오늘 새벽에도 음산한 기운을 잔득 품고 창문밖까지 몰려와 있다, 그래서였을까 오랫동안 마음 깊은곳에서 칩거를 하며 침묵했던 나의 글심이 꿈틀 꿈틀 되살아 나고 나도 모르게 노트북의 뚜껑을 열고 말았다. 그렇듯 안개는 나와 같이 글을 쓰는 종족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쓰지 않으면 견딜수 없을 것만 같은 그 어떤 압박과 눈과 마음을 닫고 침묵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여명의 빛으로 새벽이 가고 아침이 올때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짙은안개는 일상의 고달픔에 메말라 버린 온몸을 감싸안으며 서늘한 습기를 뿌려대고 있다. 안개앞에 장승처럼 우뚝 서서 크게 호흡을 하며 차거운 안개를 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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