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To sir with love

2023. 3. 5. 08:06자작글/산문

 

 

어젠 고등학교 동창 소모임이 있었다. 회장과 총무 그리고 동창회에 열심인 동창녀석들 몇명이 친구의 사무실에 모여서 2004년 송별회에 대한 회의를 하기위한 모임이였다. 안건은 한마디로 200412731년만에 은사님들 모셔놓고 사은회겸 송년모임을 한단다. 솔직히 나는 아웃싸이더의 기질이 있어서 자주 동창회에 참석치 않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유로 굳이 그 소모임에 참석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에넥스 대리점 사장넘 캅스가 울동기의 총무를 하고 있는데 그 친구 나와 절친하다는 이유로 하여 초대장부터 시작하여 회장연설문,축시,기타등등 그쪽으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곤 하는 나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 했었던 모양이다. 초대장의 주소를 봉투에 풀로 붙히면서 그 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던 선생님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피골이 영어선생님

맹꽁이 국어선생님

미친개 화학선생님

바카스 사회선생님

걸레 독어선생님

빛나리 수학선생님

 

그때 울 악동들이 장난스럽게 부르곤 했던 선생님들의 별명들이다.유감스럽게도 나는 닉네임만 기억할뿐 존함을 다 까먹고 말았다 그냥 지금 부르기도 난처한 원색(?)의 닉네임과 얼굴만 떠오를뿐이다. 한분 한분 나와 잊지못할 추억을 공유하고 계실 나의 그리운 선생님들 그리고 자칭 나의 암울했었던 고교시절,,,,,,!!!

 

아무튼 고등학교시절 나는 쪼그만게 인생에 대하여 무었을 안다고 그리도 인생의 허무를 논하며 이해도 못하는 철학책을 뒤적이면서 고민을 하고 살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깝기까지 한 것 같다. 그러나 이상한것은 그때 이해도 하지 못하고 읽기만했었던 많은 책의 내용들이 세월이 한참이나 흘러버린 지금에야 그 뜻이 감지되고 이해가 되는듯 하여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들보다 기억력이 뛰어나거나 혹은 천재의 기질을 타고 났다고는 절대 생각치 않는다.

 

평소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엇던 그 책속의 이야기들이 어떤 상황에 접했을때 신기하게도 새록 새록 머리속으로 떠오르곤 하는것이다. 도시가 얼마나 특이한 고교시절을 보냈는지에 대하여 상상이 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유난히도 영특하여(?) 지금생각하면 어이가 없어 얼굴이 붉어질정도로 이유없는 반항과 곤란한 엉뚱한 질문으로 하여 그분들의 속을 뒤집어 놓곤 했었던 것 같다.

 

벌써 올해로 고교를 졸업한지 31년째인듯 싶다 그때 우리들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아픈 매를 주셨던 선생님들의 연세도 이젠 모르긴 해도 적어도 70을 넘기신 노인분으로 하여 이세상을 살아가고 있으실꺼란 생각이 든다. 그 분들께서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것은 그분들의 성함을 다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분들과 만들어 냈었던 추억들은 단 하나도 잊지않고 내기억속에 남아 있다는 거다. 생각해 보면 아득한 그리움 그리고 알수없이 밀려드는 작은 슬픔과 함께 하는 고교시절,,!!!

 

그날 나는 꼭 그 동창모임에 참석하여 선생님께 어쩌면 이세상에서 살면서 마지막으로 만날지도 모를 그래서 그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를 큰절을 하리라 단단히 마음먹고 있기도 하다

 

' To sir with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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