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5. 08:22ㆍ자작글/산문
한국영화 두사부일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조폭의 넘버 2위치에 있던 친구가 강남지역을 접수하기 위해 필요한 부족한 학력을 보충하기 위하여 늦은나이에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졸업장을 따야 하는 그런 영화였다. 블랙 코메디장르였기에 그 영화를 보면서 기발한 시나리오를 누가 집필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에 웃음도 나오긴 했지만 나름대로 그 영화는 나에게 어떤 작은 메시지를 던져 주기도 했던거 같다.
내용은 달랐지만 영화같은 현실이 오늘 TV의 "세상에 이런일이" 라는 프로에서 방영되었다, 주인공은 제천에 살고있는 35세의 정재화라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19년동안 조폭생활을 청산하고 중퇴한 중학교에 다시 입학하여 고교에 진학하는 과정을 아무런 여과 없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였다.
등에 새겨진 산수화 문신,턱 밑의 칼자국 등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그의 건장한 모습은 누가 봐도 조폭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화려한 조직생활을 청산하고 35세의 늦은나이에 중학교를 다니며 조카뻘 되는 어린아이들과 어울리며 하나 하나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알수없는 감동이 몰려오기도 했다. 더더욱 그가 국어 숙제로 쓴 시를 읽게 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눈물이 다 나오는 것이였다.
폭력과 악행으로 길들여져 있을 그의 거친 가슴속에 시라는 장르의 글을 쓸수 있을 정도의 아름다운 감성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시청자뿐만 아니라 본인조차도 짐작하지도 못했던 일이였기에 놀라움이 더 크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오래전에 의리파 "전보성"이라는 영화배우가 TV의 오락프로에서 시를 쓰는 장면을 본적이 있어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이대 국문과 출신의 엄마를 가지고 있는 전보성과 일자무식의 재화씨는 태생뿐만 아니라 유전자부터 달랐기에 놀라움이 더크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나보다. 낮엔 중학생의 신분으로 밤에는 술집사장으로 그런 바쁜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정재화씨의 이야기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라는 프로그램 제목에 걸맞게 특별한 이야기였던거 같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장면을 지켜보며 나는 기도를 했다, 전직 조폭출신의 늦깍기 중학생 정재화씨가 포기하거나 변심을 하지 말고 무사히 기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가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대학진학까지 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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