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2. 05:13ㆍ자작글/일기
헤이그,,,!!!
1907년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97년전에 제2차만국박람회가 열렀었던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일본의 을사보호조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고자 이곳에 오셨던 이준.이상설.이위종 세분중의 한분이신 이준열사가 순교한 De Jong Hotel 에 그분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기념관이 있는 도시이다.
나는 오늘 그곳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암스테르담에서 dan haag(헤이그)행 기차를 타고 40분쯤 달렸을때 헤이그중앙역이 나타났다. 그곳 역에서 트램을 타고 supi역에 내려서 wagenstraat 쪽으로 걸어갔을때 가슴이 철렁 내려내려앉으면서 그 기념관이 나타났다.
이 기념관을 계획하고, 이 호텔을 사고, 이 준 열사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관리하고 계신 아주머니께서는, 관장님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분은 우리나라가 빨리 실력을 키워야만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와 같이 지금도 일본은 경제적 강대국이기에 우리는 일본보다도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부탁의 말과 함께,,,!!!
그리고 그분의 말을 통해서 조금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나는 이준열사께서 이곳에서 자살을 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이 기념관을 운영하고 계신 분께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으신 것 같았다. 이 기념관에는 그때 사건과 관련된 신문 기사들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많은 사실들, 아니 아마도 배웠지만 가슴속에 남아있지 않고 그저 지식으로 스쳐 지나갔던 사실들을 새롭게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기념관을 관람하고 돌아오는길에 헤이그의 다운타운을 구경하였다. 다운타운의 형태는 낮은건물,초라한 상점들,좁은길목,그렇게 유럽의 전형적 소도시의 모습이었다. 다운타운은 헤이그중앙역을 중심으로 남과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으며,중간지점에 넓은 광장이 있었고 그 광장 중앙엔 말을 탄 윌리엄장군의 동상이 서있으며 주변으로는 노천카페가 펼쳐져 있었다. 광장을 둘러본후 노천카페에서 하이네켄 맥주를 한잔 마시고 다시 중앙역을 향하여 걷고 있던중 작은 골목입구에 한국어로 된 간판을 보았다.
"서울가든,,,!!!"
흥분된 마음과 반가움에 그 식당을 찾아갔으나 그 날은 부활절휴가철이였기에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있었다. 겨우 문 입구에 한글로 써있던 메뉴판을 읽어보는것으로 향수를 달래야만 했다.
불고기 17유로, 비빔밥 13유로, 된장찌게 14유로.....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이그 중앙역으로 돌와온 나는 암스테르담행 이층열차를 타고 나의 꿈의 궁전으로 돌와왔다.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이준열사의 커다란 애국심에 내 부족한 애국심을 반성하면서 왠지 숙연해 지는 감정을 감출수가 없었다.
빅토리아 호텔을 기준으로 직진은 댐광장이 나오고 좌측으로 돌아 500미터쯤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튜립호텔이 나오고 좀더 가면 노보텔 호텔이 나온다. 그 근처 아랍계통의 친구들이 운영을 하는 작은 마켓이 딸린 네덜란드 특유의 5층건물의 3층에 숙소를 잡았다. 네덜란드의 건물은 모두 도로에 면한쪽은 폭이 좁고 깊이가 길게 만들어져 있다.
그 이유는 16세기경에 운하가 건설되자 위정자들은 운하쪽에 많이 접하는 대지를 팔았을때 돈이 있는자들만이 그 혜택이 돌아갈것을 우려하여 운하에 접하는 폭을 5미터 이내로 법으로 명시하여 많은 토지주들이 운하에 접하는 대지를 소유하도록 했다 한다.
하얀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폭이 좁은 미로가 나타나며 그 미로의 끝에는 한사람이 겨우 올라갈정도의 좁고 어설픈 목재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삐끄덕 거리는 계단을 꼬불 꼬불 올라가다보면 3층쯤에 계단참이 나오고 그 계단참 끝부분에 설치되어있는 문이 내가 머물고 있는 방이다.
방으로 들어서면 낡고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고 입구쪽으론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오래된 골동품과 같은 폭좁은 테이블 그리고 페인트가 벗겨진 목재의자가 있고 쿠션이 다 꺼진듯한 삼인용 소파가 놓여있다. 신기한것은 가구들은 하나같이 낡고 오래된 것들이였으며 각자 다른 모양으로 놓여있었지만 그 조화가 참으로 놀라울정도로 근사하게 어울리는것 같다는 거다.
욕실은 욕조는 설치되어있지 않았고 가련한 구식의 샤워꼭지와 세면대와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다. 창문은 세로로 긴 유럽특유의 형태이며 여는 방법도 구식으로 위로 올려야 열수 있는 그런 식으로 되어있고 하얀빛깔의 광목으로 만든듯한 커텐이 걸려있기도 하다. 나는 나의 방문에 "꿈의 궁전"이라는 간판을 만들어 부착했다. 침대 머리위 벽에는 한국에서 가지고 온 태극기를 달았다. 어쩌면 오랜시간동안 이곳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를 예감이 있었기에, 가방에서 짐들을 꺼내 차곡 차곡정리하며 마음을 다졌다.
"그래,,이곳은 너의 꿈의 궁전이야...잘 견디며 살아야지...그치..!!!"
싸구려 방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창문으로는 앞집의 뒷벽의 낡은 벽돌과 건물사이로 한평도 안되는 하늘이 보였을뿐 그다지 전망을 좋은곳이 아니였다. 아무튼 대충 짐과 방정리가 되었을때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점점 피곤함이 잠으로하여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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