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본가에서

2023. 4. 8. 11:58자작글/산문

 

 

오랫만에 온양온천의 본가에 왔다.본가엔 여든세살의 베드로님과 일흔일곱의 유리안나님이 살고 계신다.본가에는 나의 부친이신 베드로님께서파킨슨씨 병환으로 이년째 자리에 누워계시고 여든이 가까우신 나의 모친 유리안나님께서 육십년 사랑의 힘으로 홀로 그 힘든 병간을 하고 계시고 있다.그분들의 육십년 부부사랑이 얼마나 크고 다정하기만 한지 모른다. 살아오면서 그분들의 사랑을 닮고자 하였으나 나는 안타깝게도 그분들의 부부 사랑을 십분지일도 닮지 못하고 그렇게 살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남삼녀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다.아직도 오십이 넘은 철없는 막내 아들의 이부자리를 손수 챙겨 주시고 식사후 커피를 끊여 주실정도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기는 하나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며 그분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속상하게 하였던 듯 싶다

 

또한 본가 이곳은 스물 아홉에 결혼을 하여 혼인신고를 하자 마자 나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이 차남이라는 이유로 호적마져도 자동으로 분가가 되어버린 후 집안 행사때나 혹은 삶이 힘이 들고 지칠때 뜬금없이 들려 쉬었다 가는 나에게는 그저 오아시스와 같은 곳으로 변하고 말았다.솔직히 본가에 오면 엄마의 품안처럼 편안하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늙으신 어머니가 정성을 들여 만들어 밥상에 올린 내가 어릴적에 즐겨 먹었던 음식을 먹으며 알수없는 포만감에 커다란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아내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또 하나의 분가된 가장이고 남편이기도 하기에 그저 속으로 그 포만감을 즐길 뿐이다.그렇다 하여 아내가 만들어 준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어릴적의 식성이 세상에서 제일 맛이 있는 음식이 되어버리는 그런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 져 있기에 그럴뿐이라 생각한다.

 

어느땐 그렇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해져야만 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특히 결혼 생활에 있어서의 그런 일상의 일들이 참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그러나 나는 오늘만큼은 혼자서 본가에 왔으며 나는 지금 그분들의 막내아들의 입장으로만 단지 그렇게 마음을 풀고 지내고 있는 중이다.

 

참으로 평화롭고 좋은것 같다.

 

유리안나께서는 지금 살고 계시는 아파트의 작은방에 내 어릴적 쓰던 물건들 혹은 내 가족들의 사진들을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어놓는 것으로 내가 어쩌다가 들려도 어색해 하지 않도록 늘 준비를 해 놓고 계시곤 한다.어쩌면 유리안나께서는 그렇게 기거 하지도 않을 아들의 방을 꾸며 놓으시고 하루에 한번씩 그방을 청소 하시면서 분가하여 잘 오지도 않는 막내아들을 가슴으로만 느끼고 사시고 있는지도 모른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분가한 자식으로의 입장에서 특히 아들이라는 입장에서 느낄수 있는 부모님에 대한 안타까운 불효가 어디 한두가지 인가...

,,,,,,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버린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알수없는 포만감에 초저녁부터 잠이 들어 버린것 같고 눈을 뜨니 새벽두시다.다행히 손주들이 놀러왔을때 심심하면 안된다는,,,,이를테면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맍이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부친이신 베드로님의 배려로 인해 한달에 삼만원도 더 넘는 인터넷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설치해 놓은 컴퓨터로 이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결코 완치 될수는 없으시겠지만 베드로님의 파킨슨씨병환에 차도가 있었으면 하며 또한 병간을 하시느라 고생을 하고 계시는 유리안나께서 절대로 아프시지 말고 더 욱더 건강하셨음 하는 간절한 기도를 해보는 새벽이다.부친 베드로님과 모친 유리안나님께 속으로 외워본다.

 

"두분을 가슴깊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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