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복귀

2023. 4. 8. 12:07자작글/산문

51일부로 나는 안산에 있는 건설현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앞으론 나는 오랫동안 하지 않었었던 그 곳 건설현장에서 근무해야만 한다. 현장은 늘 거칠고 삭막하기만 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무엇인지는 몰라도 채 갖추지 못한 어떤 미완의 것들로 채워져 있는 듯한 그래서 조금은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인해 완성되어지는 즉, 사람의 힘과 장비의 싸움으로 하나 하나 완성되어지는 묘한 성취감에 커다란 보람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아무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허 벌판 위에 콘테이너라든가 혹은 간이 사무실을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현장생활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분위기가 얼마나 삭막하고 막막한 것인가를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에서 를 창조하는 산업현장,,,,

 

그렇듯 건설현장은 아무 것도 없는 빈 상태에서 설계도면을 근거로 한 어떤 형상인 구조물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새로운 창조의 장인 것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건축을 노가다라는 비하의 말로 표현하곤 한다. 나는 그 말이 가장 싫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건축현장의 일용직 인부(일당잡부)들 대부분이 인생의 밑바닥에서 머물다가 죽음직전에 그들의 가난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직업이기에 그렇게 불려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가만히 살펴보면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일용직 인부들의 삶의 역사는 유난히도 파란만장한 듯 싶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잠시 머물다 가는 건설현장은 정말 힘들고 고달픈 곳이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지친 삶을 잠시 달래고 희망찬 인생을 새롭게 계획할 수 있는 이 시대 실패자들의 힘을 충전할 수 있는 완충의 공간이기도 한 듯 싶다.

 

"노동자라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 "

 

가족이라는 구성원들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의 남자들이 늘 마지막으로 외치는 구호일지는 모르지만 어느 누구든 노동자라는 것은 즉 일당잡부라는 직책으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어쩌면 사회에서 가장 비참한 곳일지도 모르는 그 깊고 절망적인 밑바닥을 경험하기라도 한다면 그만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가련한 삶의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고된 육체노동과 먼지 묻는 일상과 살갗을 까맣게 태우는 햇빛과의 한판 전쟁을 한잔의 술로 달래야만 하는 인생막장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영혼은 누구 못지 않게 순수하기만 하여 나는 그 인생 밑바닥의 건설현장사람들을 사랑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건설현장에서 마지막 엔지니어로의 마지막 근무를 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젊은 엔지니어를 선호하는 한국의 건설현장의 관례상 나의 현장근무 명령은 그만큼 예외 상황이였기에 감사히 생각하며 현장을 끌고 가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 현장맨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하리라 다짐을 해본다.

 

목수, 철근공, 안전요원, 일당인부, 전기공, 설비공, 배관공, K2안전화, 프라스틱안전모, 안전벨트, 무전기, 기타등등,,,,

 

선텐크림으로 유난히도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막아보려고 얼굴과 손에 발라도 보겠지만 현장의 햇빛은 유난히도 강렬하기만 하기에 그나마 까만 나의 모습을 더 까맣게 태울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것까지 내 지친삶에 겸허이 수용하리라.

 

우리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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