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자작시(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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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취기 같은 사랑 / 김재곤
분홍색 취기 같은 사랑 / 김재곤 은밀한 유혹으로 다가오는 다운타운의 네온빛은 참 감미롭기만 하다 도시의 한 가온데에 흔들리는 것들이 어디 들뜬 분홍색 취기뿐이랴 어둠도 취하고 불빛도 취하고 그대마져도 취한다면 분홍색 취기같이 흔들리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3.25 -
이슬같은 사랑 / 김재곤
이슬같은 사랑 / 김재곤 나무 잎새에 촉촉히 영근 새벽이슬 그 진실에 목이 메인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밤새 떨며 울고 있었을지도 모를 잎새의 눈물이였을는지도 모를일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이슬같은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3.25 -
죽순같은 사랑 / 김재곤
죽순같은 사랑 / 김재곤 장마 중간쯤에 잠시 비가 그치자 대나무밭엔 새순이 돋아오른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매마른 땅에서도 어찌알고 저리도 숨가쁘게 세상밖으로 비집고 나오는지 빗물 만으로도 솟아 오를수 있는 죽순같은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3.25 -
빌딩풍같은 사랑 / 김재곤
빌딩풍 같은 사랑 / 김재곤 아파트 그늘 아래한바탕바람이 휘돌아 간다 낡은 조각을 날리며하얀먼지를 휘날리며 하늘로 날아 오른다 회색빛깔의콘크리트 숲이 만든빌딩 계곡을 따라서수직 상승을 꿈꾸는문명의 바람 빌딩풍 누가 뭐래도하늘로 오르고 마는빌딩풍 샛 바람처럼 나는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3.24 -
사랑 / 김재곤
사랑 / 김재곤 비오는 날은 슬프다 천둥 번개 치는날은 더 아프다 비오는 날처럼 슬픈 사랑이 너라면 천둥번개 치는날처럼 아픈 사랑은 바로 나다 같을것 같지만 그렇게 서로 다른 슬프고도 아픈 사랑
2023.03.23 -
뻐찌같은 사랑 / 김재곤
뻐찌같은 사랑 / 김재곤 그대가 푸른 잎새의 벚나무라면 나의 사랑은 잎새속에 숨어있는 까만빛깔의 뻐찌열매가 되고 싶다
2023.03.23 -
딸래미의 편지
아빠 나야 딸래미 진아 잘지내고 있는지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절대로 술많이 마시지 말고 담배도 많이 피우지 말고 챙겨주는 사람 없다고 무관심 하게 살지 말고 알아서 건강도 잘 챙기고 그래라 아빠가 잘 살았음 좋겠어 진심이야 그리고 참 아빠의 생일날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치만 내가 아빠 사랑한다는 거 알고 있는 거지 꼭 기억하고 지냈음 좋겠어 알았지 이만 쓸께 그럼 아빠 안녕 note" 오늘 새벽에 딸아이의 메일을 받았다. 문득, 그아이가 많이 그립다. 2005-06-18 10:36:04
2023.03.23 -
유리잔같은 사랑 / 김재곤
유리잔같은 사랑 / 김재곤 깨끗하게 닦여진투명한 유리잔 같이감출것 하나도 없어속이 훤하게 보이는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3.23 -
물방울같은 사랑 / 김재곤
물방울같은 사랑 / 김재곤 잠그다 만 수도꼭지에서 더디게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 소리가 참 감미롭다 소리로 보면 나약하기 짝이 없지만 수천만번의 반복으로 바위마져도 뚫어버린다는 물방울 한번 시작하면 포기하지 않는 물방울 같은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3.23 -
장미넝쿨같은 사랑 / 김재곤
장미넝쿨같은 사랑 / 김재곤 담장에 걸려있는붉은 장미꽃이정녕 그대와 같다면 가시에 찔려피가 나더라도아픔까지 끌어안고살아갈수 있는장미넝쿨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3.23 -
달빛같은 사랑 / 김재곤
달빛같은 사랑 / 김재곤 서쪽하늘 끝자락에걸쳐있는 초승달처럼그런 노란빛깔의사랑을 하고 싶다 푸른 새벽에 밀려그 빛을 금방잃어버리게 되더라도나는 새벽 달빛처럼빛나지 않아도 빛나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3.23 -
콩나물국같은 사랑 / 김재곤
콩나물국같은 사랑 / 김재곤 밥상위에 올라 있는 콩나물국 한 그릇 그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달리 표현 할 말이 없다 부티나고 영양가 많은 소고기 국도 좋긴 하지만 나는 콩나물국 같은 담백한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3.23 -
편지 / 김재곤
편지 / 김재곤 서울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김천역 간이의자에 앉아 편지를 쓴다 정녕 부치지도 못할 편지가 되어 가방속에 남겨질지라도 행여 갈기 갈기 찢겨진체 차창밖으로 날려버리게 될지라도 지금은 그냥 그가 그립고 또 그리웁기만 하기에 기찻길보다 더 길어질지도 모를 끝내지도 못할 편지를 쓰고 있다 기찻길보다 더 막막할지도 모를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고 있다 손꼽아 서울행 기차를 기다렸으나 마지막 인삿말을 다 쓸 때까지 서울로 가는 기차는 오지 않았다
2023.03.23 -
버스정류장 / 김재곤
버스정류장 / 김재곤 버스정류장쪽에서불어대는 바람은 아프다.방금 그를 떠나 보내서 그런가아프다 못해 쓰리기 까지 하다날마다 오늘 같은 날을 위하여이별연습을 게을리 하진 않았다.버스가 떠나자 마자깊은 곳으로 푹 빠져버리는 듯한 느낌입술이 파랗게 질리고 파르르 떤다.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자꾸만 목이 메인다.눈물은 벌써부터 얼굴을 적시고 있다.떠난다는 것과 남는다는 것그저 방식만 다를 같은 이별일 뿐인 것버스가 먼지바람을 내며뒷 모습만 보이며 까마득하게 멀어지자반쪽밖에 남지 않은 뿌우연 낮달이서글프게 내려다 보고 있다.여전히 막막하기만 한 버스정류장에서바람이 불어댄다.여전히 그 바람은 아프다.
2023.03.22 -
구속 / 김재곤
구속 / 김재곤 여명의 흐린빛과 함께온 새벽은 주홍빛과 핏빛 절망으로 열렸다 잠시 세상을 잃어버리고 손꼽아 헤아리던 숱한 시간들 한쪽으로만 뚫린 쪽창으론 겨울이 잉크처럼 스며들었다 철퍼덕 주저앉은 나를 향하여 손살같이 날아들던 비둘기 바쁜 두 날개를 퍼덕 거릴때 기약조차 할 수 없는 나의 자유는 얽기 설기 이어놓은 빨래줄처럼 불안하고 위태롭기만 했다 고개를 저으며 얼핏 바라다본 세상 12월의 차거운 햇살이 너무도 고웁기에 새가 날아가버린 늘어진 빨래줄위에 꽁꽁 묶여 있었던 작은 희망을 풀어 살며시 널어본다
2023.03.22 -
담배 / 김재곤
담배 / 김재곤 작은 불꽃이 되어하얀 몸을 태운다 파란 연기속에 섞인 한숨소리까지야 어찌 알수 있으랴 그저 내 한몸을 태워함께 할수만 있다면그 것으로도 족하다
2023.03.12 -
커피같은 사랑 / 김재곤
커피같은 사랑 / 김재곤 커피둘 프림둘 설탕둘 삼십년동안이나 마셨지만 질리지가 않는다 아메리카 스타일 보다는 훨씬 촌스럽긴 하겠지만 머그잔에 가득 담겨진 달콤쌉싸르한 커피같이 아무리 마셔도 질리지 않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3.12 -
공중전화기 / 김재곤
공중전화기 / 김재곤 담락 스트리트를 지나 차이나타운 가는 길목 낡은 다리위에 서있는 초록빛깔 공중전화기 가느다란 선에 매달린 전화수화기를 붙들고 각기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전혀 다른 언어로 알아들을 수 조차 없는 사연들을 어디론가 전하곤 한다 촉촉히 젖어있는 눈망울들 간간히 이어지는 애절한 목소리 하나만으로 나와 닮아 있을지도 모를 그리움을 짐작해 볼 뿐이다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으나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위로 말못할 사연들만 하얀거품이 되어 떠내려 간다
2023.03.12 -
서울의 봄 / 김재곤
서울의 봄 / 김재곤 춘사월 봄맞이하러 거리에 나섰더니만 온통 겨울뿐구나 꽃샘추위 떠난지도 오래 되었건만 온몸이 다 퍼렇다 남쪽지방엔 벌써 동백꽃이 피었다는데 목련꽃도 피었다는데 나 살고 있는 땅엔 언제나 꽃이 필꺼나 아~서울의 봄은 까마득하게 멀기만 하네
2023.03.05 -
205호법정 / 김재곤
205호법정 / 김재곤 서부지원 2층 안쪽으로 깊숙한 곳 협의이혼205호 법정 대기실에 벌레씹은 남녀가 떨어져 앉아 있다 시선이 심장에 꽃히는지 고개를 아래로 쳐박고 앉아 있다 이름을 호명을 하자 법정으로 들어선다 안경쓴 젊은 여성판사가 서류와 남녀를 번갈아 쳐다보곤 무표정으로 안경을 코 등으로 올리며 질문한다 두 분은 협의로 하여 이혼하는거 맞나요? 네 이혼에 강압이나 협박은 없었나요? 네 이로써 두분의 협의이혼을 판결합니다. 짧고 명확한 판결에 긴장했던 남녀가 얼떨결에 확인서 한장씩 받아 손에 들고 법정문을 나서며 썩소를 흘린다. 수 없는 시간을 피 터지게 전쟁을 하다 얻어낸 마지막 장이 이토록 허망하고 쉼게 끝날수도 있다는 사실에 기가막히는지 다리까지 휘청거린다 서류 몇장과 이십년 세월을 엿을 바꿔..
2023.03.05 -
살구꽃 / 김재곤
살구꽃 / 김재곤 겨우내 비워놓았던 자리에 봄날은 또다시 찾아왔고 그대 닮아 슬퍼보이던 살구꽃 창백한 미소를 날리며 하늘가득 처절하게 피어올랐다 그대는 단지 그저 나에겐 한낱 봄날의 화신이였었나 있어야할 그대는 차마 피어나지도 못한체 메마른 대지의 침묵으로 남고 세상가득 살구꽃 향기만 하얗게 남아돌고 있구나 나
2023.03.04 -
새와 나 / 김재곤
새와 나 / 김재곤 새는 숲속에서 기쁘게 울고있고 나는 땅위에서 아프게 웃고있다
2023.03.04 -
낙엽비 / 김재곤
낙엽비 / 김재곤 그대가 떠나는날 단풍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고 소리도없이 낙엽이 졌다 초록으로 만나 뜨겁게 살다 단풍으로 붉게 익고 마른잎으로 떨어지던 잎새 사랑은 여름보다 뜨거웠으며 이별은 가을보다 서늘했기에 단풍처럼 익은 사랑도 매마른 낙엽비가 되어 속절도 없이 빈가슴속으로 떨어진다
2023.03.04 -
불빛 / 김재곤
불빛 / 김재곤 캄캄한 하늘에 한점 별빛 보이지 않는 날이면 어둠속의 불빛을 바라보라 네온등은 네온 불빛대로 가로등은 가로등 불빛대로 우리들을 들뜨게 한다 잊혀지면 잊혀지는대로 먼길을 돌고 돌아 지금까지 살아왔던 숱한 시간들 달맞이 꽃처럼 피어나 하룻밤 불나방처럼 목숨을 건 무모햇던 사랑 그 기억의 시린 편린처럼 흐린 불빛은 짙은 어둠속에서도 우리들 눈빛처럼 빛난다 우리들 추억처럼 빛난다
2023.03.04 -
곡교천 / 김재곤
곡교천 / 김재곤 곡교천은 흐른다 우리사랑 꼭 닮은 물안개를 젖히고 끝도없이 흘러간다 물살에 접힌 물내음 나의 향기가 되어 오늘도 너에게 나를 남긴다 강이되려다 되지 못한 그래서 슬픈 곡교의 천 풀섶에 맺힌 새벽이슬은 나의 눈물인가 너의 눈물인가 가다가 막힐때까지 흐르다 멈출때까지 곡교천은 말도없이 흘러가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2023.03.04 -
새벽소주를 마시며 / 김재곤
새벽소주를 마시며 / 김재곤 새벽소주를 마신다 코 끝에 남아도는 분홍빛 취기 비어있는 술잔처럼 내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십이월의 바람은 낡은 의자에 걸터앉은 고단한 생을 얼리고 나는 홀로 빈 술잔에 식어버린 고독을 붓고 어쩌면 쓸쓸할지도 모를 새벽 소주를 마신다 그래서 아플지도 모를 차거운 새벽소주를 마신다
2023.03.04 -
바다 / 김재곤
바다 / 김재곤 그에게선 바다 냄새가 난다 그의 앞에 서면 나는 늘 불안하고 위태롭기만 하다 그는 항상 숨을 멈춘 바다처럼 고요하지만 언제 몰아닥칠지 모를 폭풍같은 열정을 숨기고 살고 있다 오늘도 나는 단지 그런 그가 그리워 그를 닮아 위태로운 바닷가를 걷는다 폭풍은 아직도 몰아치진 않았지만 행여 그 날카로운 폭풍에 날아가 버리게 될지라도 바다냄새가 나는 그냥 그런 그가 좋아서 어제처럼 오늘도 그를 닮아 불안한 바닷가를 걷는다
2023.03.04 -
그사람이 나에게 왔다 / 김재곤
그사람이 나에게 왔다 / 김재곤 그사람이 나에게로 왔다. 기약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왔다. 나는 그 사람을 모른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모른다고 그럴 순 없다 그 사람은 무채색 그 서늘할 것만같은 수채화의 그림처럼 다가와서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 비 눈 별 달 꽃 구름 바람 사람 그리고 여자 문득 그 사람이 그립다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향기 그 사람의 체온 그 사람을 안고싶다. 뜨거운 정열의 체온으로 차거운 이성의 관념으로 그 사람을 안고 싶다 때론 그 사람이 두렵다 그 사람은 들을수도 없는 목소리 맡을수도 없는 향기 느낄수도 없는 체온 무채색의 그 서늘한 그림처럼 황량하게 내 가슴속에 남아있을 뿐이므로 그 사람이 나에게로 왔다 기약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왔다 나는 그..
2023.03.04 -
별 / 김재곤
별 / 김재곤 밤길을 가다가 하늘을 본다 어둠속에서 별이 부서져 내려온다 어느 때부터 별빛이 차갑기만 하였던가 어느 때부터 별빛이 슬프기만 하였던가 보면 볼수록 더 또렷하게 빛을 내는 별 세면 셀수록 더 많이 늘어나기만 하는 별 손을 꼽아 헤아려 보다 지쳐 나즈막히 별의 이름을 외워본다 카시오페아 오리온 안드로메다 페가수스
2023.03.04 -
간이역 / 김재곤
간이역 / 김재곤 인적마져 끊긴 초라한 역사에는 처마끝에 걸린 육십와트 전구만 그 위태로운 빛을 뿌려대고 있었다 길을 잃은 이들에겐 고통의 바다 그 끝에 장승처럼 서있던 등대처럼 길게 누운 철길 옆 비어있던 공터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초라한 역사 아 그곳은 고단한 삶을 눕힐수 있어서 좋았고 뽀얗게 타버린 연탄재만 있어도 좋았고 냉골로 시작되어 온밤을 꼬박 세워도 왠지 뿌듯하기만 했던 아현동 가파른 언덕 꼭대기 옥탑방처럼 우리들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놓았던 비밀스런 골방같은 그런 곳이였는지도 모를일이다
202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