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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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 서정윤
홀로서기 / 서정윤 기다림은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아픈 채로바람이 불면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아득한 미소어디엔가 있을나에 한쪽을 위해헤매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누군가가 정해졌다면,이제는 그를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더 어렵지만자신을 옭아맨 동아줄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그래도 멀리,멀리 하늘을 우러르는이 작은 가슴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결국은홀로 살아간다는 걸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나는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이 표정 없는 얼굴을버리고 싶다아무도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오히려 수렁 속으로밀어 넣고 있는데내 손에 아무것도 없으니미소를 지으며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
2024.01.06 -
연인 / 최영미
연인 / 최영미 나의 고독이너의 고독과 만나 나의 슬픔이너의 오래된 쓸쓸함과 눈이 맞아 나의 자유와너의 자유가 손을 잡고 나의 저녁이 너의 저녁과 합해서너의 욕망이 나의 밤을 뒤흔들고 뜨거움이 차가움을 밀어내고나란히 누운, 우리는 같이 있으면 잠을 못 자.곁에 없으면 잠이 안 와
2023.10.17 -
The Legend Of The Zelkova Tree / kwoonlee
The Legend Of The Zelkova Tree / kwoonlee There's a big zelkova tree on the hill,Long ago, in my child days at home town.Under it my grandmother waited me on the hillWhenever I visited her house in home town. The old men played the chess, in summer,On the low wooden bench, under the tree.The children made the snow men, in winter And a shaman'd performed the rite at the tree. One day the tree was..
2023.10.09 -
동행 / 이정하
동행 / 이정하 같이 걸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그것처럼 우리 삶에 따스한 것은 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혼자였다사람들은 많았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언제나 혼자였다 기대고 싶을 때그의 어깨는 비어 있지 않았으며잡아 줄 손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그는 저만치서다른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 산다는 건 결국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비틀거리고 더듬거리더라도혼자서 걸어가야하는 길임을,들어선 이상 멈출 수도가지않을 수도 없는 그 외길같이 걸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아마, 그것처럼 내 삶에 절실한 것은 없다
2023.10.09 -
늙어가는 길 / 윤석구
늙어가는 길 / 윤석구 처음 가는 길입니다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늙어 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처음 늙어 가는 이 길은 너무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노욕인 줄 알면서도두리번 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한 발 한 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2023.10.08 -
땅끝 / 나희덕
땅끝 / 나희덕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좇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2023.10.01 -
龜裂 / 金敏夫
균열(龜裂) / 김민부 달이 오르면 배가 곯아배 곯은 바위는 말이 없어 할 일 없이 꽃 같은 거처녀 같은 거 남 몰래 제 어깨에다새기고들 있었다 징역 사는 사람들의눈 먼 사투리는 밤의 소용돌이 속에파묻힌 푸른 달빛 없는 것, 그 어둠 밑에서흘러가는 물 소리 바람 불어……, 아무렇게나 그려진그것의 의미는 저승인가 깊고 깊은바위 속의 울음인가 더구나 내 죽은 후에이 세상에 남겨질 말씀쯤인가
2023.10.01 -
주유소 / 윤성택
주유소 / 윤성택 단풍나무 그늘이 소인처럼 찍힌주유소가 있다 기다림의 끝,새끼손가락 걸 듯 주유기가 투입구에 걸린다 행간에 서서히 차 오르는 숫자들어느 먼 곳까지 나를 약속해줄까 주유원이 건네준 볼펜과 계산서를 받으며연애편지를 떠올리는 것은서명이 아름다웠던 시절끝내 부치지 못했던 편지 때문만은 아니다 함부로 불질렀던 청춘은 라이터 없이도 불안했거나 불온했으므로 돌이켜보면 사랑도 휘발성이었던 것, 그래서 오색의 만국기가 펄럭이는 이곳은먼길을 떠나야하는 항공우편봉투 네 귀퉁이처럼 쓸쓸하다초행길을 가다가 주유소가 나타나기를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여전히그리운 것들은 모든 우회로에 있다
2023.09.30 -
그해 겨울 / 유희경
그해 겨울 / 유희경 그해 겨울 오랜 연애를 마감하였고 파란 사파리 점퍼를 사서 계절이 다 닳도록 입었다 즐겨 들었던 노래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몇 갑의 담배를 피웠고 끊을 수가 없었다 떨지 않았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해 겨울,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따금 전광판을 바라봤지만 나는 소식이 되지 않았다 이따금 生은 괜찮았다 이따금 새가 날았다 이따금 아는 사람을 만났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어디든 나는 나이를 둘러매고 갔다 췌장을 앓았다 받아온 약은 먹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무들은 멈추었다 겨울에 대해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했다 다 필요 없어 보이기만 했으니, 만져보았던 글자들이 몸을 떨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늙은 개들은 언덕을 따라 올라가고 아이들은 여전히 달리..
2023.09.29 -
푸른나무 / 김용택
푸른나무 / 김용택 막 잎 피어나는 푸른 나무 아래 지나면왜 이렇게 그대가 보고싶고그리운지 작은 실가지에 바람이라도 불면왜 이렇게 나는그대에게 닿고 싶은 마음이간절해지는지 생각해서 돌아서면다시 생각나고암만 그대 떠올려도목이 마르는 이 푸르러지는 나무 아래.
2023.09.29 -
그네 - 내포보부상촌 - 예산군 - 충남
]오월이라 단옷날은 천중가절이 아니냐수양청청 버들숲에 꾀꼬리는 노래하네후여넝츨 버들가지 저가지를 툭툭차자후여넝츨 버들가지 청실홍실 그네매고임과나와 올려뛰니 떨어질까 염려로다한번굴러 앞이솟고, 두번굴러 뒤가솟아허공중층 높이뜨니 청산녹수 얼른얼른어찌보면 훨씬멀고 얼른보면 가까운듯올라갔다 내려온양 신선선녀 하강일세난초같은 고운머리 금박댕기 너울너울외씨같은 두발길로 반공중에 노니누나요문갑사 다홍치마 자락들어 꽃을매고초록적삼 반호장에 자색고름도 너울너울
2023.09.29 -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흰 셔츠처럼 펄럭이지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가슴이 아파서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해를 보면 해를 닮고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2023.09.24 -
선운사에서 / 최 영 미
선운사에서 / 최 영 미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
2023.09.24 -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맨발로 건너며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감추다가동백꽃 붉게 터지는선운사 뒤안에 가서엉엉 울었다
2023.09.24 -
연인 / 최영미
연인 / 최영미 나의 고독이너의 고독과 만나 나의 슬픔이너의 오래된 쓸쓸함과 눈이 맞아 나의 자유와너의 자유가 손을 잡고 나의 저녁이 너의 저녁과 합해서너의 욕망이 나의 밤을 뒤흔들고 뜨거움이 차가움을 밀어내고나란히 누운, 우리는같이 있으면 잠을 못 자.곁에 없으면 잠이 안 와.
2023.09.20 -
새 / 천상병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이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무가지에 앉은한 마리 새.정감(情感)에 가득찬 계절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2023.09.20 -
만선깃발 - 채석포항 - 태안군 - 충남
晩潮初長沒汀洲만조초장몰정주島嶼微茫霧未收도서미망무미수白雨滿船歸棹急백우만선귀도급數村門掩豆花秋수촌문엄두화추 저녁 만조 밀려들어 모래사장은 잠겼는데섬들은 안개 속에 숨어 희미하네소낙비가 배에 가득해 노 젓기 급하고마을마다 문 닫은 콩 꽃이 핀 가을이네
2023.09.20 -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위하여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달도 쉬어가게 하고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둔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보라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 있다
2023.09.20 -
빈 배처럼 텅 비어 / 최승자
빈 배처럼 텅 비어 / 최승자 내 손가락들 사이로내 의식의 층층들 사이로세계는 빠져나갔다그러고도 어언 수천 년 빈 배처럼 텅 비어나 돌아갑니다
2023.09.20 -
무인도 / 신경림
무인도 / 신경림 너는 때로 사람들 땀 냄새가 그리운가 보다밤마다 힘겹게 바다를 헤엄쳐 건너집집에 별이 달리는 포구로 오는 걸 보면질척거리는 어시장을 들여다도 보고떠들썩한 골목을 기웃대는 네 걸음이절로 가볍고 즐거운 춤이 되는구나 누가 모르겠느냐 세상에 아름다운 게나무와 꽃과 풀만이 아니라는 걸악다구니엔 짐짓 눈살을 찌푸리다가놀이판엔 콧노래로 끼여들 터이지만 보아라 탐조등 불빛에 놀라 돌아서는네 빈 가슴을 와 채우는 새파란 달빛을슬퍼하지 말라 어둠이 걷히기 전에 돌아가안개로 덮어야 하는 네 갇힌 삶을 곳곳에서 부딪히고 막히는 무거운 발길을깃과 털 속에 새와 짐승을 기르면서가슴속에 큰 뭍 하나를 묻고 살아가는너 나의 서럽고 아름다운 무인도여
2023.09.20 -
섬 / 곽재구
섬 / 곽재구 섬이물위에 떠 있는 것은함께 지낸 이가 물 안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북국으로 날아가는 새들이함께 가지 못하는 살붙이 형제들을그리워하며꺼억꺽 목놓아 울둥지 하나를 놓아주기 위함이다 달이 환한 밤자신의 다리뼈로 만든 피리를 불며 오는 사내에게당신이 찾는 뼈들이여기 누워 있어요이정표가 되어주기 위함이다 별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은지상에 얼마나 많은 서러운 섬이홀로 고요히 노래를 부르는지 알기 때문이다 육신은 때로얼마나 가슴 저미는 환영인지스스로의 눈물 안에 소금을 뿌리기 때문이다
2023.09.20 -
섬 / 정현종
섬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
2023.09.20 -
검은 섬 / 이성복
검은 섬 / 이성복 방파제 끝에 검은 섬이 떠 있고담배꽁초를 버리면 저 아래, 아주 낮은곳에서 불 꺼지는 소리 들렸다방파제 따라 섬에 들어가면 아직 운명을바꿀 수 있을까, 남은 우리의 눈빛을빨아들이는 검은 섬저의 발치에 우리를놀게 하면서도 다만 근심으로 떠 있는 검은 섬, 거기에도 붉은 유도화 비명 같은 꽃을내지르고 두근거리는 가슴처럼초록 파도 밤새 설레이겠지만, 콘크리트 방파제 끝에 검은 섬이 있고,우리는 방파제 중간에서 돌아 나온다다만 피할 수 없이 거기 떠 있는 운명, 볼록렌즈의 보이지 않는 초점처럼검은 섬이 있어서 밤새 우리 몸이타 들어가도 새벽빛 비치면 검은 섬은 없다
2023.09.15 -
빈 의자 / 황경신
빈 의자 / 황경신 나는 여태 이렇게 비어 있고너는 여태 그렇게 비어 있어그러한 대수롭지 않은 운명으로 만나대단치 않은 것처럼 곁을 훔치다가모든 것이 채워지는 인생은 시시하다고 중얼거리며밀쳐내는 이유를 만들기도 하다가붙잡을 것 없는 텅빈 밤이면너의 텅빈 마음을 파고드는 꿈을 꾸기도 하다가아직 이렇게 비어 있는 나는아직 그렇게 비어 있는 너 때문인지도 모르니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조금 더 비워두기로 한다
2023.09.15 -
홀로서기 / 서정윤
홀로서기 / 서정윤 기다림은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바람이 불면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어디엔가 있을나에 한쪽을 위해헤매던 숱한 방황의 날들태어나면서 이미누군가가 정해졌다면,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023.09.15 -
먼 길 / 나태주
먼 길 / 나태주 함께 가자먼 길너와 함께라면멀어도 가깝고아름답지 않아도아름다운 길나도 그 길 위에서나무가 되고너를 위해 착한바람이 되고 싶다.
2023.09.15 -
해바라기 - 황새공원 - 예산
해바라기 / 류시화 시들지 않는 해바라기가 있다방 안 한쪽 구석에서말을 걸어 볼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조용하게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 울지도 웃지도 않지만욕하지도 소리 지르지도 않는다헤어짐이 싫고 쓰라린 것이 싫다 내가 아무리 시들어 버려도늘 같은 곳에서 나를 지켜봐 주는 나의 해바라기가 있다 " 보고 싶다,다시 헤어지고 다시 쓰라려도...."
2023.09.10 -
바다에 갔다 / 정채봉
바다에 갔다 / 정채봉 바다에 가서 울고 싶어결국 바다에 갔다눈물은 나오지 않았다할머니 치맛자락을꼭 붙들고 서 있는 것처럼그냥 하염없이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2023.09.10 -
바다 - 만리포해변 - 태안
바다를보면바다를닮고 /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흰 셔츠처럼 펄럭이지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가슴이 아파서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해를 보면 해를 닮고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2023.09.10 -
빈집 / 기형도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2023.09.10